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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내 아들

너무나 오랫동안 일기를 못썼다. 별 하는 일도 없건만.....

고3아들 있다는 핑계로 괜스레 엄살을 부렸나 싶기도 하다. 다른 엄마들이 하는 일에 비하면 난 너무 싶게 고3 엄마 노릇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일찌감치 수시에 붙어서 모든 축하전화를 받고 맨날 만화책만 보는 아들에게 오늘 아침 애, 너 그래도 수능 봐야지. 그래도 수능을 위해 공부햇잖니. 수능 분위기라는 것도 있고 그런 경험을 해보는게 좋을듯 싶구나 했더니  너무 놀아서 점수가 안 나올것 같아요한다. 아님 점수가 넘 높게 나오면 수시 합격한 것 후회될거에요.

  아들에 대한  부부의 기대는 의대는 못가도(어쩌면 지방 의대는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있었던게 사실)성대나 중대 약대는 가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수시 넣을때 너무 어려워하고 자신없어하며 넣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나마나 떨어질거라면서...

고3동안 1학년 1학기 국어만 우였고 모두 수였다. 그래서 국어 반영안하는 약대를 선정해서  나름대로 성적을 산출해보니 될 것도 싶었는데, 아이말로는 내신은 되도 논술이나 인적성, 심층면접에 자신이 없다는것이었다.

  난 네가 안되면 누가 되니라고했지만 아들은 엄만 자기 실력도 모르면서 자신은 논술이 보통밖에 안된다고 떨어질게 뻔하다는거다.

  나는 애, 이과 애들 논술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모두 네 수준과 비슷할거야 라고 했지만 아이가 말을 안들어서 결국은 제일 낮춰서 냈다.

  정시 생각하고 높여 넣자는 내 말을 안듣고 삼육대에 넣었다. 거긴 자신있다면서.

 그래서 합격은 되었는데 난 아직도 정시에 넣었으면 성대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못난 미련이 남는다. 그런 말을 하면 아들은 엄마!!하고 소릴 꽥 지른다. 난 거기 못붙어요. 왜  못하니?  네가 어때서?  내신, 모의고사 둘다  우수한데. 엄만  나보다 잘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한다.

그동안  모의고사도 잘 나오고(점수는 들쑥날쑥하지만 매번 이과에선 1등이었다. 언,수,외,과탐 합해서)담임은 서울공대 무조건 붙는다고 하는데 우리 부부가 괜히 진로지도를 잘못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중에 담임은 화도 냈다고한다. 서울공대 갈 아이를 삼육대 보낸것이 과연 잘 한걸까요? 수시로 최종 합격하고 나니 마음에 후회가 남는다. 정시에 도전해 볼 걸... 수시에 좀더 높여서 볼걸....하는 마음이 간사하다.

  우리 부부는 과연 잘 한걸까?  우리 아인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 대학인지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엄마 아빠가 삼육대에 약대가 있다는데 갈래?하니까  서울대나 성대 약대 빼고는 그냥 모두 다 같은 인지도인줄 알고 서울에 그런 대학도 있어? 하면서 처음으로 대학 이름을 안거였다. 사람들이 삼육대가 어디 있는데? 무슨 대학인데? 삼육두유 만드는 대학? 거기 이단종파가 하는 대학? 안식교다니는 애들 ?하고 물으면 마음에 상처를 입지나 않을까 싶어서다. 물론 삼육대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우리나라 상위권 대학 인지도에서 떨어지는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벌써 마음의 상처를 입었는지도 모르겠다. 며칠전 아들 학교 정문에 대학 합격자 이름이 크게 프랑카드가 몇 개나 걸렸는데 글쎄 아들이 전교  모의고사 내내 1등이고, 내신 상위 5% 아래로 내려간적이 없는 앤데 이름이 없었다. 서울대는 물론 연고대까지야 으레 그러러니하지만, 평소 우리 애보다 한참 못한 애들 이름이,  심지어 k대, A 대까지 수시합격자 명단이 붙었는데 자랑스런 내 아들 이름이 없었다.  얼마나 애가 상처를 받았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서울공대 붙었으면 있었겠지.

  다행히도 아들은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어서 마음이 놓이기는 했다. 너 혹시 후회안되니?하고 물었더니 엄마 , 사람들이 처방전갖고 약사러오면서 어느 약대 출신인가 살펴보고 오나요?  병원 앞 가까운데서 그냥 사거나 동네 단골 약국가지요. 개업 의사라면 모를까 약사는 어딜 나오나 똑 같아요. 그리고 이제 난 다른 애들처럼 대학가서 취업 걱정 안하고 공부만 해도 되잖아요. 진로가 확실한게 좋아요.하면서 오히려 날 위로한다. 녀석 참 기특하기도 하지. 그래도 왠지 난 미련과 아쉬움같은게 남는다. 아깝다. 우리 아들.

그리고 반드시 이렇게 아쉬워하는 내 마음이 잘못된 것이라는걸 훗날 알게 되길 바란다. 정말 진로지도 잘했다고 흐뭇해하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자랑스럽고 기특한 아들이 학교 이름에 연연해하지 않고 제 갈길을 잘 가리라 믿는다. 토론토 공대다니는 우수한 제 형보다 우리 부부가 더 자랑스럽게 여기게 훌륭하게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