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여고 동창회
올 봄 여고 동창 카페에 들어가니 졸업한지 30주년이라고 동창회를 한다고 친구들의 글들이 여럿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지난 18일 드디어 춘천에서 여고 동창회를 했다. 물론 난 참석하지 못했다.
핑계야 그럴듯했지만 어쩐지 맘이 내키지 않았으므로.....
카페에 올라오는 글을 통해 동창들의 면면을 알게되고, 왠지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겨져서일ㄴ지도 모르지.
어쩌면 가봐야 날 보고 어머나, 반갑다 얘 하면서 호들갑떨어줄 친구도 없을걸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성격탓에 친구들에게 살갑게 굴지도 못했던 난 특별히 가까운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춘천, 운동장 가득 밤안개가 내려앉을때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으로 향하던 그 때의 아름다운 감정들 이 살아나는 듯하기도 하고 운동장 한가운데있는 고목의 목백합꽃향기와 화단에 가득했던 보라빛 라일락의 향기도 잊을 수 없다.
동창회 사진들이 올라온 걸 한장씩 보면서 참으로 모두들 늙었구나 세월이 이렇게 되었구나 싶다. 사진 속에서 50대의 아줌마 얼굴들은 감출 수가 없다. 왠지 잘 차려 입은 듯한 그네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그 날을 위해 정장 한 벌을 새로 마련한 친구들도 있겟구나 싶은 멋쟁이 차림들을 보면서, 내가 참석했다면 어땠을가 생각한다. 장롱속의 옷을 머릿속에 아무리 그려봐도 그럴듯한 여름 정장 한 벌이 없다. 맨날 바지(면바지나 진)에 스웨터나 티셔츠차림으로 출근하는 내 차림이 오늘따라 무척 초라해보인다. 나이 50에, 직장생활 30년에 변변한 옷 하나 장만 못하고 살아가다니....우울하다. 그리고 싫다. 이런 내 생활이. 아무도 내게 옷을 사지말라고 한 이도 없건만... 내 스스로 안사입고 못 사입고.....난 왜 이럴까? 어려운 살림도 아니면서.... 자식 유학비로 연간 5000만원씩 보내면서 왜 내 자신한테는 옷 한 벌이 아까운건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잘 산 건가. 난 잘 살아가고 있는 건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