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네시와다섯시

여름의 끝자락

밍크아가씨 2002. 9. 14. 00:10
아침기온이 서늘한게 짧은 자켓과 맨발 샌들 차림이
어느새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 되어버렸다.
전철 앞자리 젊은 아가씨들은 모두 가을 옷차림이다
늘 이 때쯤 난 초라한 모습이다. 여름이 끝자락과 가을의 시작앞에서.
춥다고 5월까지도 긴 옷을 입고 다녀 친구들한테 핀잔맞고, 또 남들 다 가을인데 혼자만 여름인채 을씨년스런 내 모습이 나도 싫다.
언제나 한박자 느리게, 남보다 앞서 나가본적이 없다.
계절도 제일 늦게 받아드리고 또한 제일 늦게 보내고.
친구 사이의 감정의 표현도 늘 친구보다 늦는다. 생각은 하면서도 전화를 받고서야 아! 내가 먼저 할걸....
선물도 받고서야 아차!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엇이든지 느렸던것 것 같다. 선천적 게으름인가?
새로운 사람들만의 모임에서도 누가 불러주기전에는
한마디도 안하다 집에 오는 길에 후회하고,
같이 가고 싶은 모임에도 권하지않으면 못가고
그런다.
먼저 인사하고 먼저 권하고 먼저 웃고, 전화하고,
그렇게 살고 싶다.
이 여름이 끝나는데 짧은 옷을 미련없이 장농에 넣지 못하고, 긴 셔츠를 입었다가
결국엔 다시 반팔 셔츠를 입는 나....
두꺼운 겨울 파카를 3월까지 입는 나,
남들 두툼한 스웨터 입을때 가을 자켓입고 추워보이는 나...
이런 내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