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크아가씨 2002. 9. 23. 22:23
별 분주함 없이 추석이 끝났다.
올해는 찾아오는 손님도 없이 추석이 지나가
시부모님께서는 내심 서운해하셨을 것 같다.
시동생 내외와 남매, 시누 내외가 추석 당일에
왔다가 저녁 식사후 갔다.
나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추석이지만.....
별로 혼자 여유롭게 지낼 여가도 없는데
모처럼의 시간들을 손님 치루기로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맏며느리라는 것이 주는 압밥감.
신랑이 들으면 아무것도 하는게 없으면서 무슨
소리냐고 섭섭하다고 화내겠지만
그는 내가 아니고, 그는 자기 집에서 자기 부모님과
늘 살다가 나라는 여자 하나 더 와서 사는거라 별
불편모르고 살겠지.
맏이라고 시댁 결혼식, 초상집, 회갑집 등을 다니는게
싫었다면 이해할까?
둘째는 안다니는게 당연하고 맏이는 안다니면 서운해하고
왜 우리만 가야하냐고 볼멘소리로 결혼한지 몇해 지나서
시어머님께 항의했더니 어머님은
누가 널더러 맏이한테 시집왔냐고 하셨다.
추석도 싫었고, 설날도 싫었다.
맏이만 해야한다는 사실이 싫었고
언제 이런일에서 벗어나나 막막해서 싫었다.
그런데 이젠 명절 증후군에서 벗어났다.
시댁 장손이 모든 제사를 지내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 집은 이제 손님으로 북적거릴 일이 없어졌고 음식 장만하는 기름 냄새로 머리 아플 일도 없어졌다.
시누이, 시동생 내외만 왔다가는 단촐한 추석이 된 것이다.
말 그대로 추석 연휴!!!!!
몸과 맘이 편해져서 맘도 너그러워졌다.
예전엔 추석 전후만 되면 온 신경이 곤두서서 짜증만 나고 가슴이 답답했었는데 이젠 그런 증세가 없어졌다. 머리도 안 아프고.....
이 다음에 내 며느리에게 이런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이 글을 쓴다. 나처럼 머리 아프게 할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