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네시와다섯시

며칠후돌아올것임

밍크아가씨 2007. 1. 2. 23:21

10시에 시작한 회의는 12시에 -점심좀 먹고 합시다- 하는 홍부장님 외침에 끝났다.

 집에서도 안먹었던 떡국을 맛있게 먹으며 송년회 얘기와 새해 첫날인 어제 지낸 얘기들로 시글시글하고, 커피마시고 즐거운 수다 끝에 1시에 다시 회의는 시작되고 3시 반이나 되어서 끝낫다. 아이고, 하며 모두 기지개를 켜고 주섬주섬 핸폰들을 챙기며 본다. 나도 저만치 의지에 던져둔 가방속에서 핸폰을 찾아 열어본다.  며칠후에돌아올것임 문자가 얌전하게 화면에 떠오른다. 순간 떠오르는 그이 말

--당신도 나한테 의논도 안하고 혼자 멋대로 결정햇으니 나도 내 맘대로 할거요. 어느 날 내가 사라지면 혼자 떠난줄 아시오.--  하고 소리치던 말.

드디어 갔구나. 정말 말 안듣네. 가슴이 솨아하면서 내려앉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저기서 책상과 의자를 끌고 미는 소리, 물건들을 정리하는 소리, 웃음소리 , 최부장님의 저녁을 먹을거냐 안먹을거냐 묻는 소리에 그 누구도 선뜻 대답이 없다. 모두 쉬지않고 계속된 회의때문에 지친 표정들로 그만 집에나 빨리 가고 싶다고한다. 안녕히 가세요. 서로 등을 돌리고 현관문을 밀고 나온다. 흐린 하늘 잿빛 공간속에 나 혼자 덩그마니 총총 걸음으로 나선다. 눈물이 한방울 툭 떨어진다. 어디로 갔을가? 문자를 보낸 시간이 12시 28분인데, 아침에 내가 출근하자마자 나간걸까? 지금쯤 어디 있을가?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자리에 앉아 문자를 보낸다.-몸상태을 잘 유지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쾌적한 곳에서 잘 쉬다가 오세요.---저장할가요? 아니요.

창밖으로 삭막한 겨울 풍경이 지나간다. 그리고 눈물 그득한 내 얼굴이 비친다.

너무 삭막하고 건조한가? 어디에요/ 언제 와요/ 정말 그럴 수가 있어요/ 몸 건강 챙기세요/. 집 걱정은 하지 마세요/ 먹는건 어때요/ 어디서 자요/ 약은 챙겼어요? 뭐 이래야 되는거 아닌가? 

몸이 아픈 남편은 심사숙고끝에 지난 12월중순에 2개월의 병가를 냈었다. 의사는 그냥 푹 쉬면 좋아질 수 있다고 진단서를  끊어주었다. 그런데 그는 몸을 만들기위해 국토순례를하겠다고 해서 나를 놀래켰다. 아픈 이유가 비만한데서 오는거라며. 내 말을 들은 의사가 극구만류한 상태다. 얌전한 외모처럼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얘기하던 의사의 말

 -지금은 체력 보강이 문제가 아니요. 우선 심신을 푹 쉬고 산보를 즐기세요 .그 다음에 여행을 하되 2박3일정도의 아주 고급스럽고 편안한 ,젊잖은 여행을 하세요. 자가 운전을 하지 말고 여행사 패키지 상품중에서 푹 쉬면서하는 편한 여행을, 두 분이서 버스안에서 조용조용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을 짧게짧게 자주 다니세요. 국토순레는 아주 위험합니다. 안됩니다.--

난 친구들 모임에서 2주가량 스페인과 포르투칼을 여행가기로 여행사에 예약이 된 것을 그가 병가를 냄과 동시에 취소를 했었다. 그는 입원한 것도 아니고 아파서 누워있는것도 아니고 집에서 쉬면 되는것을 왜 여행을 취소했느냐면서 불같이 화를 냈다. 왜 자기 핑계를 대면서 여행을 안가고  나중에 누굴 원망할거냐면서.....당장  여행사에 전화해서 다시 가라고 하도 윽박질러서 그가 보는 앞에서 다시 간다고 전화를 했다.  그 후 이틀동안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남편이 병가로 쉬고 한의원을 다니고 있는데 아내가 되서 이주씩이나 여행을 떠난다는것은 나 스스로도 용서가 되지않는 부분인것이다. 아무리 그가 가라고해도 내 맘이 편하지않은데 가서 뭐가 즐거울까싶어서... 무슨 꼭 가야만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친구들끼리  여행가는건데,  안가는 친구도 반이나 되고 , 내가 빠진다고  특히 아쉬울것도 없는 친구들인데,   나중에 시부모님이 알아도 그렇고. 시누이나 시동생이나 친정 식구들이라도 어느 누구하나 내 편 들어줄 사람이 없을텐데, 내가 여행못가서 환장(?)한 것고 아닌데. 뭐라 할 말이 있겠는가. 결국 위약금까지 물면서 다시 취소하고, 그걸 안 남편은 하루 종일 화낸 표정으로 퉁명스러웠다. 그러면서 말한거다. 내가 의논않고 내 맘대로 했으니 자기도 나와 상의없이 하고싶은데로 하겠다고.....

그리곤 오늘 정말 말도 없이 내가 출근하자마자 떠나버린 것이다. 너무한다. 정말.....

 

전화를 했다. 왜 전화하냐면서 화를 낸다. 아버님을 바꿔드렸다. 시부모님께도 암말 안하고 가서 나를 의심하게 만든 그가 야속하다. 그냥 바람쇠고 온데요. 걱정마세요. 라고 말하는 데도 두분이서는 못내 내가 못미더운 눈치시다. 왜 갔니 /네가 왜 모르냐 어딜 갔는지......언제 온데니/

저도 정말 모른다니까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난 쓸데없을때 울길 잘한다. 정말 울어야할때는 안 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