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잘 지내고 있지? 편지를 가입교 기간에는 안보내는 줄 알았다가 게시판을 보니 많은 편지들이 올라있네. 아무리 아들이 편지같은거 보내지 말라고 했어도 보냈어야 하는데 엄마가 너무 무심했나 싶다. 분대원들이 편지 받을 때 우리 아들만 소외되면 무척 서운할텐데........
요즘 날씨는 말할 수 없이 변덕을 부린다. 아침 저녁으로는 초겨울 버금가는 추운 날씨에 쌀쌀한 바람까지 불어대니 아무리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지만 활짝 핀 개나리가 너무 놀라 도망갈까 싶구나.
아직 힘든 훈련은 안할 것 같고 입대하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던 모습이 떠오르네. 하지만 지금까지 자랑스럽기만 했던 네 타고난 적응력과 친화력 그리고 성실함과 인내력을 생각하면 아주 잘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형은 너무 춥다고 오리털파카를 입고 근무한단다. 폐렴은 다 나았다는데도 아직 아프다고하니 너도 그곳에서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렴. 아직 괴산바이러스(?)란 말은 없는 걸로 봐서 넌 걱정되지 않지만. 엄마 역시 남의 시선 무시하고 두툼하게 입고 출근하고 있어.
그래도 형이 있던 논산과는 달리 시설이나 기타 등등이 좋아보여서 입소하는 날 엄마 아빠는 나름 안심이 되었단다. 사병과 달리 훈련도 좀 쉬울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아빠는 14일 경기마라톤에 참여하신다고 매일 헬스장에 가셔서 열심히 몸을 단련중이신데 엄마는 늘 그랬듯이 걱정이 앞서는구나.
형은 아이들 다루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퇴근 후 들려주는 쌍둥이 이야기가 재밌단다. 그리고 형이 이층 네 방을 아주 깔끔하게 청소하고 만족스럽게 정리하고 오늘부터 사용할 예정이란다.
할아버지께서는 네가 보고 싶으시다면서 5월 4일 면회갈 때 같이 가시겠다고 하여 엄마 가슴을 쿵쿵거리게 하시더니 결국 어제는 아무래도 못가시겠다고 하셔서 엄마는 휴우 하고 안심했단다. 손자가 무척 걱정되시고 보고 싶으시겠지만 어떻게 할아버지가 그곳을 가시겠니. “내가 가면 무척 반가워할텐데 ......”. 하시면서 아쉬워하시는걸 보고 엄마가 좀 송구스럽더라. 저렇게 손자를 보고 싶어하시는데 모시고 가야하나? 하는 갈등도 생겼어.
참 일요일에는 교회를 꼭 가도록 하렴. 학교 졸업 후 한번도 예배를 드리지 않았는데 그곳에서라도 다닐 수 있게 된 것이 엄마는 너무 기쁘구나. 기도하고 위로받고 힘내렴
엄마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쓴다. 201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