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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네시와다섯시

훈련중인 아들에게

보고싶은 아들아,

 안녕?

 오늘은 정말 완연한 봄날씨인데 그곳은 어떤지 모르겠구나. 어제는 추웠고 또 내일도 추워진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니 어쩌면 봄날씨가 이렇게 변덕을 부리나싶다. 감기 걸리기 알맞은 날씨라 은근히 네가 걱정되는구나.

 아직도 형을 부를 때 “석영아, 밥 먹어” 하다가 참, 아니지. 하면서 머리를 흔들면서 네 부재를 실감한단다. 머리를 짧게 깎은 네 모습이 떠오르지 않고 예전 모습만 떠오르네. 군복을 입으면 또 얼마나 생소할까? 그런데 제복의 이미지는 사람들을 아주 그럴듯하게 변신시키는 묘한 힘이 있어 네가 군복을 입은 모습을 보게 되면 엄마 아빠는 자랑스러움으로 가슴이 벅찰 것 같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던 설레임과 반가움이 가득 찬 네 목소리가 아직 귀에 쟁쟁하다.

2주만에 3㎏ 살이 쪘다니 그저 놀랄뿐이네. 그러다 혹시 돼지되는 것 아냐? 하고 아빠랑 웃었단다. 규칙적인 식사와 훈련생활이 살찐다는 논리가 어찌하여 네 형은 비껴가서 살이 빠졌는지 모르겠다.

 할아버지께서 쓰신 편지는 어제 부쳤는데 아마도 시간이 많이 걸릴거야. 세상에 편지를

쓰시면서 우셨다니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이 대단하심을 느꼈다. 평소 그리 엄하게 하시더니 겉마음과 달리 속이 깊으신 분이시다.  매일 저녁 식탁에서 “석영이 언제오니? ”하시며 네가 집에 올 날만 기다리신다.

 외할머니께서 열심히 편지를 쓰고 계시더구나. 좋은 말씀이니 새겨 읽으렴.

아들아, 몸 건강하게 다스리고 마음 또한 잘 다스려서 훌륭한 대한민국의 장교가 되길 바란다. 요즘 세월이 하수상하니 더욱 나라 일이 걱정된다. 일요일마다 교회가서 예배드리고 나라와 너를 위해 기도하렴 그럼 이만 쓴다. 안녕. 엄마가.

 참, 벚꽃이 아직 만발하고 바람이 불때마다 꽃비가 내리는걸 보며 네가 기타치며 부르던 벚꽃엔딩이 생각나 흥얼거린다. 가끔씩 네 기타소리가 그리워지네. 4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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