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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네시와다섯시

여행

1년전부터 모임에서 회비를모아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었다.
회비에 맞춰 여기저기를 물색하다보니 10명 모두가 안가본 곳이 괌이었다.
4박5일의 일정을 다녀왔다.
시부모님께는 직장연수라고 하고......
여행은 아주 훌륭했다.
괌의 바다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에메랄드빛 바다....
바다와 닿은 수영장에서 밤바다를 바라보고 파도소릴 들으며, 밤하늘의 보석같이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하는 수영은 압권이다. 몸이 차가와지면 온천탕으로 건너가 그 따스함속에 온 몸을 담그고 수다를 즐긴다.
볼거리가 없는 괌에서 유일한 놀거리는 수영었으니까.

늦은 밤 호텔방에서 맥주를 마시며 동료들과 시댁흉을 실컷보는것도 스트레스해소가 되었다.
(나중엔 미안할 정도)

어디서나 사람들속에서 내가 느끼는 것들을 이번에도 또 느꼈다.

난 어디서나 비교적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편이다. 얘기할때는 대중속에선 보통 소리보다 낮추어 말하려고애쓰며,말속에서 내 신분을 드러내길 꺼리는 편이다.
그렇다고 내 직업이 챙피하다는것은 절대 아니라 남들의 선입견을 의식한다는 것이다.
모임중에 몇몇은(특히 J,L) 정말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너무나 큰 편이다.
그들의 목소리는 날 당혹하게 하며, 10년을 넘게 사귄 모임들인데도 난 늘 어색하다.
그것은 나의 위선적인 교양(?)에 있다.
뭔가 고상한척하려는, 교양있는척, 예의바른척, 등등이 척병일 것이다.

비행기와 호텔과 가는 공공장소 마다에서의 그 큰 목소리와 웃음 소리를 난 부끄러워한다.
마치 난 그들의 일행이 아니라는 표정을 짓고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난 늘 이방인처럼 군다.

들으면 좋아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속에서 크게 하는 야한 농담과 무식한 시골아줌마같은 용어사용을 부끄러워하며,
본능대로 말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부끄러워한다.

그들이 날보고 그런다.
**이는 리플님으로 불러야한다고.
꼭 말꼬릴잡는데 그것도 꼭 이치에 닿지않게 엉뚱한 말을 한다나?
아마도 그들의 말들이 내게 거슬려서 완곡하게 표현하는게 그들에겐 늘 엉뚱한 얘기로 들리나보다.
난 따분한 교과서적인데 그들이 신나는 비교과서적인걸 큰 소리로 주장할때 직선적으로 반대의견을 말하질 못한다.

공공장소에서, 호텔방에서 늦은 밤 새벽까지 그렇게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게 싫었다.(얼마든지 즐겁게 조용히 얘기할 수도 있는데....)
동네의 안하무인격인 무식한 아줌마로 비춰지는 모습이 싫어서일거다. (이런것이 바로 나의 위선인 것이다.)
그럴려면 차라리 철저히 무식한 여편네로 가장하든지, 말 속에서 직업을 드러내질 말든지....

그렇다고 이 모임원들이 싫다는건 아니다.
다른 모임이 3개 더 있는데 이 모임이 가장 맘에 들고 재미있다.
싫었다면 아예 끼지도 않았을 것이다.
난 그들을 좋아하며 내게 없는 그 용감하고 대담함과 유머와 낙천성을 부러워하고 서로에게 배려해주는 따스함을 좋아한다.
나같이 리플만 다는 엉뚱한(?)사람도 좋아해주니까....

그러면서도 그네들의 그 큰목소리에 난 질리고 만다.

이것이 나의 문제점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주지 못하는것.

널리 어울리지못함. 비사교적임.

내 아들들이 제발 닮지않길 바라는 나의 단점들이다.

내게 없는(?)것을 가진 그들과의 만남은 내게 행운일지도 모른다.
그런면에서 난 그들에게 고마울따름이지.

그러나 이런 내 단점을 극복하기위해서도 이 모임엔 끝까지 참석하려한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고 ,서로를 잘 이해해주고, 정이 많고 생각이 건전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목소리만 빼고, 후후)

앞으론 나도 큰목소리와 큰 웃음으로 그들속에 빠져보련다. 비록 연기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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